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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대문을 잠그지 않는 아버지 심리학

밖에 나와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
"도서관이요."
"집 열쇠가 없으니까 빨리 와."
"엄마는요?"
"곗날 이다."

아버지께 왜 열쇠를 안 가지고 다니시느냐고, 제발 열쇠 좀 가지고 다니시라고 어머니와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아버지는 늘 열쇠를 두고 다니시며, 문이 잠겼으면 식구들에게 전화를 하신다.
그것 뿐만 아니라 외출하실 때나 외출에서 돌아오셔서도 늘 문을 잠그지 않으신다.
그래서 밤새 문이 안잠겨 있었다는 걸 다음날 아침에서야 발견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들으시면서도 늘 그러신다.
그리고 가장 문제는 외출에서 돌아오셨을 때 집에 대문이 잠겨 있으면 초인종을 누르는게 아니라 대문을 마구 흔드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대문을 열어주시면서 그렇게 흔들어 대다가 대문 고장 나겠다고 또 잔소리를 하신다.
나는 아버지가 일부러 그러시는게 아닐까 싶었다.
일부러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런데 그런 아버지의 특이한 행동의 원인을 알아냈다.
언젠가 할아버지 제사 때 큰 고모, 작은 고모까지 모두 오셔서 옛날 이야기를 재미지게 하셨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오빠(아버지)가 엄마한테 맞고 쫒겨 나서 울고 있으면, 내(큰 고모)가 몰래 먹을 것 갖다 줬던거 기억나?"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버지의 친모는 아버지가 3살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슬하에 8남매를 두셨는데, 아버지만 배 다른 자식이다.
할아버지는 6.25 참전 상이 용사 셨는데 지뢰를 밟고 한쪽 다리가 절단되셨다.
아버지께서 48년 12월 생이시고 할아버지는 전쟁 끝나기 한달 전에 입대하셔서 한쪽 다리를 잃으셨다.
어린 자식만 남겨 놓고 죽은 아내, 전쟁터에서 잃은 자신의 한쪽 다리.. 얼마나 기가 막히셨을까?
그래서 할아버지께서는 마음을 잡지 못해서 새로 꾸린 가정도 돌보지 않고 오래 방황하셨다고 한다.
그런 집안에 시집온 여자 입장에선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에 대한 불만이 전처의 자식에게 향할 만 하겠지.


5~6살 짜리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맞고 대문 밖으로 쫒겨났다.
아이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래서 울고불고 매달려 아무리 엄마를 부르고 대문을 흔들어도 대문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아이는 커서도 잠긴 대문을 볼 때 마다 그 때의 상처 받은 마음, 그 때의 두려움과 공포, 가족에서 배제되었다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감정들을 자기 집 현관문에다 푸는 것이다. 어린 시절 대문 밖으로 쫓겨났을 때 문이 열리길 바라며 힘껏 흔들어 대던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하며 문이 열릴 때의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싶은 것일까?
출입할 때 문을 잠그지 않는 것도 아마 잠긴 대문에 대한 저항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상처 받은 내면 아이가 그 상처를 처리하라고 계속 주문하는 것, 미완의 게슈탈트가 자꾸 떠올라 아버지의 삶을 계속 방해하는 것이었다.
불쌍한 현관문... 철문이라 부서지진 않겠지만 시끄러워서 이웃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어디 내놓기 챙피했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알게 되고 나서는 아버지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살아 계셨을 때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분들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고모들도 모두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주어졌다. 명절 때는 출가외인은 시댁으로 가야 하니까... 아버지와 할머니는 영원히 화해하지 못하는 풀지 못할 매듭이 된걸까?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할머니께서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안가져간 것도 가져가 놓고 거짓말 한다고 그렇게 누명 씌워서 때렸다더라고 하시더라.. 
난 여지껏 아버지께서 정말 쓸데없는 거짓말을 하시는게 불만이었는데, 그게 할머니에게 맞지 않기 위해서 하던 거짓말이 습관이 된건 줄 알았는데, 어쩌면 할머니께서 아버지에게 거짓말하는 아이라는 딱지를 붙여준 것, 즉, 낙인 효과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 치료는 금기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그 때의 상처 받은 내면 아이를 치유하고 자신을 내쫓고 절대 들여보내 주지 않고 자신만 소외시키는 집이라는 이미지 대신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집이라는 이미지로 바꿨으면 하는게 자식으로서의 바램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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