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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절대 대답하지 않는 이유_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 심리학

아빠는 우리가 뭘 물어봐도 절대 대답하는 법이 없다.
우리한테 뿐만 아니라 엄마한테도 절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빠가 과묵하신 분이냐면, 절대 그렇지 않다.
너무너무 말이 많아서 탈인 분이시다. 그것도 거짓말을..
오죽하면 작은 아버지가 아빠 전화 통화하시는 것을 듣고,
"형님은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어찌 그리 거짓말이 술술 나오요?"라고 하실 정도.

어떤 식이냐면, 엄마한테는 오늘 아침은 생각이 없다고 하시고 "물이나 한잔 줘."라고 하시고 나가신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한테는 "마누라가 밥도 안줘서 아침 굶었어."라는 식으로 엄마를 천하에 악처로 만든다.
그게 며칠 뒤에 엄마 귀에 들어온다. 모함받은 엄마가 그냥 있을리 없다.
장희빈 뺨치는 아빠때문에 부부 싸움을 한다.
또 어느날은 과일이나 채소 따위를 한보따리 가지고 오신다.
"어디서 난거에요?"라고 물으면 대답을 안하신다.
그리고 며칠뒤 누가 줬다는 정보가 엄마 귀로 들어온다.
그럼 엄마는 "누가 줬다고 얘기를 해야 고맙다는 인사라도 할거 아냐?"라며 또 부부싸움을 한다.
부부싸움중 하루는 엄마가 "대답하다 죽은 귀신이 붙었냐?"고 하시길래
내가 "말대답 한다고 할머니한테 맨날 혼나서 그런거지."
"......"
얼마간 침묵이 흐른뒤 아빠가
"혼나기만 했게?" 라고 말씀하시더라.
"......"
그다음 아빠가 무슨 말을 하실지 엄마랑 나는 귀 쫑긋 세우고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또 대답 없이 한숨만 쉬시고 스윽 나가셨다.
속터져..
그리고 뭔가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먹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상처를 가족한테 털어놓는게 생판 남한테 털어놓는것 보다 더 힘든 일일까?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하지만 아빠한테 상담을 권하자니 입이 안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거부 반응이 예상되므로.. 관계가 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가족이니까 드는거겠지.
대화의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친할머니는 아빠가 세살때 19살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재혼을 하셔서 새할머니와의 사이에 7남매를 두셨고, 나는 그 사실을 10대 초반에 알았다.
전처의 자식. 미운 세살짜리 아빠는 새엄마한테 많이 맞았다고 한다.
엄마한테 맞아서 대문 밖에서 울고 있으면, 여동생이 몰래 먹을거 갖다 줬다고..
그때 할아버지는 뭐하셨을까?
6.25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는 지뢰를 밟고 한쪽 다리를 잃으셨다. 그리고 아내의 죽음과 남겨진 세살바기 아들..
꽤나 큰 충격으로 젊었을 때는 마음 못잡고 사고치며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새로 얻은 아내한테도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고.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어린 아빠한테 쏟아졌을법 하다.
아빠는 맞는게 너무 싫어서 중 2때 가출을 하셨다고 한다. 기차타고 무작정 서울로 가려다가 천안에서 딱 걸렸는데, 역사에서 며칠 일하다가 쓰윽 도망쳐서 서울로 갔다고..
엄마가 "왜? 그냥 천안역에서 일하지?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 맞아 일 착실하게 잘하고 있었으면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라고 물어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뭐 서울이 그렇게 좋으셨나?

사실 우리가 어렸을때 아빠는 말도 없이 며칠씩 집에 안들어 오실때가 많았다.
며칠 있다가 들어오면 당연히 부부싸움이고..
기다리는 엄마 입장에선 혹시 사고라도 난건 아닌지 얼마나 걱정이 되었겠어?
어렸을 때는 이해할수 없는 아빠 때문에 속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름 이해는 간다.
아빠는 자신이 하도 맞고 자라서 자신은 절대 남을 때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나 우리들한테 한번도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
잘 삐지셨을 뿐.
아빠라고 화나는 일,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었을까?
그걸 폭력으로 풀까봐 스스로 우리에게서 멀리 떠나 있었던것 같다.
아빠의 입장에선 일종의 회피 전략이었던 셈.

어린아이가 일찍 엄마를 잃었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뜻이다. 엄마에게서 최초의 사회성을 교육받지 못하면 살아가면서 계속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걸 스스로도 잘 아니까 소통의 순간에 자꾸 회피하는 것이다. 아빠는 새엄마한테 맞고 쫒겨나면 주위 사람들이 동정해주는걸 위안으로 느꼈었나보다. 그러니까 자꾸 엄마를 악처로 만들어서 누군가의 동정을 구하는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그리고 부모의 부족한 소통 능력은 대물림된다.
난 늘 아빠가 대답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또, 엄마도 내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화를 내시곤 했기 때문에, 남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없었다.
난 그게 이상하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정신 차리고 보니까 남들 눈에는 자기 말을 씹는 완전 싸가지로 비친다는걸 깨달았다.
그거였구나. 사람들이 날 피하는 이유가...

나의 부모님이나 나처럼 소통의 기술을 못배웠다고 너무 걱정할건 없다.
생애 초기에 배우지 못했다고 영원히 배울 기회를 박탈 당했다는 뜻이 아니니까.
나중에 배운다고 뭐가 크게 잘못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감정은 드라마나 영화, 문학 같은걸로 배워도 아무 문제 없고, 글쓰기나 그림 같은 감정 표현 방법도 배우면 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화술도 배우면 되고..
요즘은 돈 없어도 공짜로 배울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지 않은가? 맘만 먹으면 돈없어도 뭐든 배울 수 있는 세상이라니!!
기억하라!
사람들은 언제나 가르쳐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고, 또 무언가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OK~
세상의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니 우리에겐 언제나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단, 자신의 대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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