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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빨간색을 억압한 이유_게슈탈트란? 심리학

요즘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뭘 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때는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리고 싶은거 그렸던것 같아.
그러면 아이들은 대개 해, 집, 나무, 꽃, 가족, 친구들과 노는것들을 그리곤 했지.
나도 어린이 답게 그런것들을 그렸었는데, 아마 2학년 때였던걸로 기억해.

미술 시간에 파란 하늘에 둥근 해를 그렸어.
그런데, 옆 짝꿍이 물어보더라고.
"해는 빨간색인데 왜 주황색으로 그려?"
그 이야기를 듣고 주위 아이들이 내 그림을 보고 모두 한마디씩 하더라고.
해는 빨간색이라고..
'뭣이라?'


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보니까 나를 뺀 반 아이들은 모두 빨간색으로 해를 그리고 있더라고.
나는 말수가 적은 아이여서 평소 아이들과 그렇게 많은 말을 해본적이 없었어. 반 아이들 모두와 얘기를 해본건 그때가 처음인것 같았어.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난 내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크레파스 중에 붉은색 계열을 들고 하늘의 해와 비교해 봤지.


내가 가진 18색 크레파스로..

근데 당황스럽게도 해의 색깔을 모르겠는거야.
물론 내가 가진 크레파스 색깔이 보잘것 없기도 했지만, 나중에 알아낸 바로는 한낮의 해의 색은 무색에 가깝다고 하더라고.
색이 없는데 크레파스 색에서 고르자니 고를 수가 없었던거지.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을것 같아?

내가 찾은 해결책은 해를 그리지 않는 거였어.
왜냐하면, 내가 그때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해의 색깔이 주황색이 아니라는걸 크레파스를 들어서 해 옆에 대보고 확인했거든. (해를 오래 쳐다보지 않도록 주의. 시력이 손상될 수 있으니까.)
석양이 질때 산에 반쯤 걸려 있던 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난 해가 주황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낮의 해는 그 색이 아닌거야. 근데 무슨 색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어. 주황색과 많이 차이가 나더라고. 한가지 확실한건 빨간색은 더더욱 아니었다는 거지.
나중에 안 거지만, 동양의 아이들은 해를 빨간색으로 그리고 서양 아이들은 노란색으로 그린다고 해.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빨간색 해를, 민주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노랑에 가까운 해를 그린대.
'그렇군, 우리집이 또래 아이들보다 민주적이었나 보군.'

난, 내가 인식하는 세상과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세상이 다르다는걸 너무 이른 나이에 알았던것 같아.
그리고 내가 남과 다르다는걸 몹시 두려워했어.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었고,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던것 같아. 물론 부모님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도 문제였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는 거지. 게다가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내가 할게 부모님을 원망하는것 밖에는 없더라고. 그래서는 내가 더 나아질 여지가 없는 거잖아?
문제는 내가 미대를 갔다는 거야.
내 그림을 보고 제한색 썼냐고 물을 정도로 내 기억에서 그 사건이 지워진 후에도 난 붉은색 계열을 쓰는것을 꺼려했어.
난 내가 창의력이 없다는걸 대학 가서야 깨달았어.
그리고 내가 창의력이 없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 억압하고 있었다는건 훨씬 늦게 깨달았어.
미쳤지? 내가 왜 좀더 일찍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머리 뜯으며 후회해봐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거고, 누구든 혹시 뭔가에 발목 잡혀서 자꾸 문제를 일으킨다면 자신의 과거를 잘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야. 내 실패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덜 억울할것 같거든.

심리학에선 이걸 게슈탈트 심리치료라고 하더라고.
과거의 완결되지 않은 사건을 완결시켜 현재에 자꾸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난 그때 어른들의 도움을 청하거나 아이들과 맞서지 않고 문제를 회피했는데, 해결하지 않고 남겨둔 과제가 계속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미해결인 채로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에 남아서 나를 표현하는걸 방해하고 있었던거야.
아마 나는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서 미술을 선택했지만, 차를 떼고 두는 장기처럼 애초에 불리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그것을 깨달았음에도 내 창의력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또 한번 좌절했었어. 그 이유를 공부하는 동안 찾긴 했어. 인간의 다른 모든 능력과 마찬가지로 창의력 또한 연습을 통해 성장시켜야 하는 능력이라는걸 깨달았거든. 그동안 나는 전혀 그 능력을 단련시키고 성장시키지 않았는데 저절로 나아지리라고 기대했던건 나만의 착각이었던거야. 나혼자 착각하고 나혼자 실망하고..

다른 심리적 문제도 마찬가지야. 예를 들어 우울증이나 다른 심리적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치료했다고 해도 자꾸 재발하거든. 그 이유는 스스로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도 근육과 같아서 쓰고 단련하면 강해지고 안쓰면 약해져. 우울해지지 않도록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한다거나 스트레스를 이기는 훈련을 해서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재발하지 않아. 그것을 의사나 심리치료사가 해줄 수는 없어.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해.
참고로 난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이 있어.
인터넷으로 쉽게 딸 수 있더라고.. 참 좋은 세상이야.
어쨌든 나는 나를 스스로 치유 했다고 믿어.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이제 글쓰는 거나 남들과 말하고, 나를 표현하는데 두려움은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것을 위해서 나처럼 자격증은 따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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